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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퀴즈대회를 마치고 ( 2011년 12월 17일 입력)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8-13 06:17
조회
2028
우리 동포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 문화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흥미있게 가르칠 것인가를 늘 생각하게 된다. 지난 12월 10일 뉴욕 지역 역사문화 퀴즈대회에 출제위원 및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이 문제는 필자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북가주 지역에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아콜라한국문화학교 퀴즈대회 장)

 

10월의 마지막 주에 뉴저지 주의 한 한국학교 교장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해마다 뉴욕과 뉴저지 등 동북부 지역의 한국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문화 골든벨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허낭자 아콜라한국문화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2011년 대회를 위해서 퀴즈 대회 문제를 출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대회를 위한 교재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출판한 <한국의 역사> 책과 필자가 공동 출판한 <한국을 찾아라>이고, 공통 문제와 중급 문제, 고급 문제 및 패자 부활 문제 등 약 100문제의 출제를 의뢰했다.

 



(대회 시작 전)

그동안 필자가 가르치는 한국학교에서도 해마다 역사문화 골든벨 대회를 해왔으므로 다른 지역의 학생들의 역사 문화 이해 수준 및 교사들이 역사 교수에서의 어려운 점 등을 알고 싶어서 의뢰를 받아들였다. 한 달 여 동안 기출제 문제를 분석하고 시사 문제 및 학생들이 출제 범위에서 꼭 알아야 할 역사 문화 내용 및 적용점 등을 포함하는 문제를 만들어 갔다. 문제의 영어 번역 부분은 2세 친구 및 자녀들에게 읽어 보게 하고 실제 대회를 하는 것처럼 집에서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각 학교의 대표 학생이 출전하는 대회이므로 난이도를 조절하여 문제 출제를 마쳤다.



(직지심체요절을 정답으로 쓴 두 학생)

 

드디어 12월 10일 대회 당일, 아콜라한국문화학교 강당에는 총 41명의 고급 (8-12학년) 20명, 중급 (5-7학년) 21명의 학생들이 비장한 모습으로 모여 있었다. 중급은 번호표가 달린 파란색 모자를 쓰고 고급은 빨간 모자를 쓰고 칠판과 지우개 및 마커펜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었다. 국민의례와 허낭자 교장선생님의 인사말, 뉴욕 총영사관 이석 교육원장님과 문윤희 동북부지역 회장님의 축사 및 필자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준비물, 모자에 붙은 스틱커는 퇴장한 숫자임)

 

대회 진행 방법을 한국어와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바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공통 문제는 고급과 중급 학생 모두가 답을 하는 것으로 답이 틀려도 퇴장은 하지 않고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급과 중급 문제는 2-3 문제씩 번갈아 가며 출제하였는데 틀린 답을 쓴 경우에는 퇴장을 하는 방식이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나왔고 틀린 답을 적은 학생들은 퇴장하여 한쪽 옆에 앉아 있다가 패자부활전으로 다시 부활하기도 하였다.

 



(정답을 확인하는 선생님들)

재미있었던 것은 정답을 쓰는 학생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오히려 쉽게 맞출 수 있고 다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 문제는 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는 우리 교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학생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배우는 문화 내용이 적거나 가정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식용유 대신에 멸치젓이라고 답을 적었다.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식용유는 무엇인지 모르겠고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멸치젓 대신에 액젓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러 차례 문제의 타당성을 점검할 때에 걸러지지 않은 문제였는데 1세 교사와 2세 학생들 간에 생활 문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언젠가 카레이스키가 많이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들은 김치에도 고수라는 식물이나 그 씨앗을 빻아서 넣기도 한다고 하였다. 아마도 그 지역에서 역사문화 골든벨 대회를 하면 김치의 재료 답안에 고수를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답을 잘 맞춘 문제는 역사 교과서에서 단답형으로 암기를 하면 되는 문제였고 잘 못 맞춘 문제는 일상 생활과 관련된 문제였다. 아는 답도 4가지 선다형 답안에 조금 비슷한 답이 있으면 헷갈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똑같이 '패'로 끝나는 마패와 호패 중에서 어떤 것이 답인지를 고민하는 학생의 경우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두 학생이 고려 시대에 금속활자로 찍은 최고의 책 이름을 '직지'가 아니라 긴 답안인 '직지심체요절'이라고 적어서 필자를 놀라게 하였다.



(대상을 받은 이희원 학생)

중간에 고급 학생은 모두 탈락하는 일도 있었지만 네차례의 패자 부활 등을 통하여 최종 문제까지 각각 20문제씩을 다 풀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마음이 두근거렸을 만큼 필자의 마음도 두근거렸다. 다행히도 여러 문제가 다양하고 재미있으며 의미있게 출제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만약 내년에 또 출제를 하게 된다면 음악과 동영상도 넣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뉴욕 총영사 상인 대상은 성김대건한국학교에서 중급으로 출전한 이희원 학생이 차지하였다. 필자는 '직지심체요절'이라는 긴 답을 철자법에 맞게 쓴 두 학생에게 <한국을 알자> 교재를 선물했다. 내년부터는 <한국을 알자>도 출제 교재로 채택하겠다고 하였다.



(모든 참가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지켜보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대회를 마련하여 계속 역사문화 학습을 하도록 애쓰는 선생님들 그리고 이런 행사를 함께 진행하는 아콜라한국문화학교와 동북부지역협의회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귀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한 독지가가 소정의 후원금을 교장선생님께 맡기면서 동포학생들을 위해서 교장선생님이 하시고 싶은 사업을 하도록 하여 시작된 일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학교 행사가 있었을 텐데도 지역 한인 동포 학생들을 위해서 역사 문화 퀴즈대회를 시작하신 교장선생님의 혜안이 귀하고 감사했다.

 

행사를 성황리에 잘 마치고 지역회장단 선생님들과 역사와 문화를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대하여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역사 문화를 가르치는 일이 선생님들 모두에게 힘이 들기는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고 보람이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고 앞으로 서로 의견을 자주 주고 받아서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이번 역사문화 퀴즈대회를 통하여 역사와 문화를 가르칠 때 언제, 누가, 무엇이라는 단답형 활동보다는 왜, 어떻게, 나라면~~의 활동을 더 강조하여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되었다. 왜, 어떻게, 나라면~의 방법을 통하여서 학생들이 좀 더 흥미있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교사들이 한국에서 자라나면서 역사 시간이 그다지 재미없었던 이유를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뉴욕에 와서 뉴욕 거리는 구경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기쁘고 유쾌했다. (11.12.11일자)

 

이글을 연합뉴스의 한민족센터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