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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환 교수님의 한글 교육 안내 (1) - 한글 교육 방법 4가지에 대한 오해 (2013.10.15 입력)

한글
작성자
Naksnec
작성일
2020-07-25 14:07
조회
4286
최영환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서 교수님께서 자문으로 계시는

다음 카페 <한글이 야호>의 <자문교수의 한글 교육 안내>글을 옮깁니다.

 

저는 오랜 시간동안 한글 교육에 대한 정의도 없이, 한글 교육과 한국어 교육을 혼동해서 가르쳤고,

교육 방법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교과서에 나온대로 또는 오랜시간 해왔던 경험으로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왔던 것 같습니다.

 

가르치는 학생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우리가 가르치는 한글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한글과 한글교육의 정의와 특징은 알지 못하면서,

그동안 작은 교실 활동들과 교수기법에만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이것으로 그날의 수업을 하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이것이면 다 되었다고, 잘 가르쳤다고, 앞으로 더 할 것은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교수님의 글이 선생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흔쾌히 이곳에 글을 허락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글 출처: http://cafe.daum.net/hangleyaho>

 

 

한글 교육 방법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분류에는 큰 문제가 있다.)

 

명칭

예시

핵심

자모식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발음중심교육법

음절식

가, 갸, 거, 겨

가, 나, 다, 라

단어식

가위, 그네, 고양이

나비, 나무, 노랑,

의미중심교육법

문장식

나하고 놀자

파란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

 

1. 자모식?

 

'자모식'이란, '자모'를 먼저 배운다는 뜻이다.

우리말 자음은 19개(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모음은 21개(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이다.

도합 40개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면, 한글을 모두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자모를 안다고 한글을 아는 것은 아니다.

'자모식'은 반드시 자음과 모음의 조합에 의한 '음절' 구성까지 다룬다.

즉 시작은 '자모'로 하지만 도달점은 '음절'이다.

'자모'에서 멈추는 한글 교육 방법은 없다.

 

2. '음절식'?

 

'음절식'이란 '가갸거겨'처럼 음절을 구성한 것을 배운다는 뜻이다.

음절을 배운다는 말은 자모를 나누거나 합치는 방식을 다루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말 자모를 합쳐서 만들 수 있는 글자는 대략 11,172자 정도 된다.

(실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3,300여자/실제 사용하는 발음은 약 1,000여자)

'음절식'으로 이 모든 음절을 배울 수는 없다.

그래서 '음절식'은 반드시 자모식을 전제로 해야 한다.

 

3. '단어식'?

 

'단어식'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말 단어는 40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단어식'은 40만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어'를 통해 한글을 배운다는 뜻이다.

어떻게?  '가방, 가위, 가지, 가구' 등을 가르치면 학습자가 '가'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이 없다.

11,000여 자를 가르치려면 도대체 몇 개 단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말인지.....

(통문자 학습법이 바로 이 방법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기로 한다.)

'가'자로 모르는데 '방'은 어찌 알며, '위', '지' 등은 또 어찌 알까?

'단어식'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음절'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단어'를 출발점으로 삼았지만, 도달점은 '음절'이다.

그리고 다시 '자모'를 고려해야 한다.

 

4. '문장식'?

 

세상에 '문장식'이라니?

"파란 하늘에 펄럭이는 우리 태극기"는 과거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첫 단원에 실었던 것이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 정책 때문에 이런 단원이 생겼지만, 여기서는 한글 문제만 다룬다)

여기서 한글을 어떻게 배운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문장을 다루다 보면 어느덧 한글을 알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만일 가능하게 하려면 이것 역시 '음절'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자모'를 고려해야 한다.

 

네 가지 방법이 가진 공통점이자,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음절'이다.

그리고 그 음절을 형성하는 '자모'이다.

그렇다면 차이는 무엇인가? 출발점이 다를 뿐이다.

목표가 '음절'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자모'인데

왜 단어나 문장같은 출발점을 강조하는지 모르겠다.

 

목적과 수단이 바뀐 것이다.

단어를 통해 음절 인식을 가르쳐야 하는데 단어만 가르치고 있거나

문장을 통해 음절 인식을 가르쳐야 하는데 문장 또는 단어만 가르치고 있다.

(이것은 마치 달을 보지 못하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는 것과 같다.)

또한 자모는 음절로 연결되지 않고, 음절은 자모를 고려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한글 교육 방법은 4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한글의 특성을 모르는 것이다.

 

현재 한글 교육 자료 중 이 네 가지 방법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음절을 강조하되

자모 조합을 고려하고

흥미 유지와 실생활 활용을 위해 단어를 다루며

그것을 통해 문장까지 읽고 쓸 수 있는 자료.

이런 순서가 아니라면 한글 교육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